
고등학교 때부터 알던 여사친이 있다.
싸우기도 많이 싸웠고, 장난도 많이 쳤지만 이상하게 서로 연락은 계속 됐다.
연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아무 사이도 아니었던… 딱 그 어중간한 관계.
서로 연애할 땐 연락 줄이고, 연애 안 하면 다시 친해지고.
그날도 딱 그 타이밍이었다. 둘 다 솔로 상태.
“야, 밤 드라이브 갈래?”
내가 툭 던졌고, 그녀는 “ㄱㄱ”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탔다.
한강 근처 공터에 차 세우고, 라디오 틀어놓은 채 창문만 살짝 열고 앉아 있었다.
서로 할 얘기 다 해놓고, 갑자기 둘 다 말이 없었다.
근데 그 침묵이 이상하게 어색하지 않았다.
그냥, 묘하게 떨렸다.
슬쩍 그녀 옆모습을 봤는데, 후드 집업 아래로 드러난 목선이 눈에 들어왔다.
조명에 살짝 비친 옆얼굴도, 평소와 다르게 보였다.
그러다, 걔가 먼저 입을 뗐다.
“야, 너… 가끔 나 여자로 본 적 있어?”
나는 그냥 웃어넘기려다가,
그냥 솔직히 대답했다.
“응. 지금도 그러고 있음.”
그 순간, 표정이 바뀌더니
“그럼… 지금은 여자로 보여?”
이후는 말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그녀 손이 내 허벅지 위에 살짝 얹혀졌다.
숨소리가 가까워지더니 입술이 살짝 닿았다.
차 안은 좁았고, 의자 시트를 뒤로 넘기고 앉은 우리는…
옷은 벗지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서로를 깊게 느꼈다.
차창엔 습기 서렸고, 유리엔 우리 손자국이 남았다.
사운드도, 조명도, 딱 그 차 안이 우리가 있었던 세상이었다.
끝나고 집에 데려다주는 길.
서로 아무 말 없었지만,
그날 이후… 사이는 조금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