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역하고 나서 몇 달 동안은 거의 여자에 미쳐 살았음.
시간만 나면 어플 돌리고, 번호 따고, 헌팅까지 하면서 온갖 여자한테 연락 돌렸는데,
그러다 어플에서 한 여자애를 만남.
처음부터 좀 묘했음.
“남친은 군대 갔는데, 그냥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랑 연락하고 싶다” 이러더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 속에 다 들어있던 것 같음.
2~3번 정도 만났고,
카페, 영화, 밥 먹고 그냥 헤어지는 정도였는데,
어느 날은 약간 분위기가 달랐음.
자연스럽게 손 닿고, 장난치다가 키스도 했고.
근데 걔가 갑자기 이사 간다더라고. 간호일 때문에 지방으로 간다면서.
아쉽긴 했지만, 뭐 인연이 거기까지겠거니 하고 넘어갔는데…
한 달쯤 지나서 갑자기 연락이 옴.
“오빠 뭐해? 나 요즘 좀 심심해.”
이런 식으로 톡이 오니까, 순간 다시 예전 감정이 올라오더라.
시덥잖은 얘기 몇 번 주고받다가 내가 던졌음.
“그쪽으로 놀러가면 어때?”
처음엔 당황하더니 결국 오케이 하더라.
그날, 걔가 사는 동네 근처 숙소 잡고, 만나서 술 한 잔 했는데,
솔직히 서로 말 안 해도 무슨 분위기인지는 눈빛으로 다 느껴졌음.
웃고, 장난치고, 분위기 무르익다가 결국 나중엔 자연스럽게 손도 잡고 끌어안고…
걔도 어느 순간 내 어깨에 기대더니,
“오빠, 나 지금 좀 흔들려.”
이 말 듣는 순간, 내가 더 이상은 못 참겠더라고.
그날 밤, 감정적으로도, 분위기적으로도 좀 격렬했음.
근데 새벽 1시쯤? 걔 핸드폰이 울림.
딱 봐도 군대 간 남친이었고, 걔가 전화 받더라.
나 옆에서 멍하니 있는데, 걔가 “응… 힘들었겠다” 하면서 태연하게 통화하는데,
진짜 이상한 감정이 올라오더라. 죄책감인지, 흥분인지, 그냥 묘했음.
그날 이후로 몇 번 더 만났고,
시간 날 때마다 서울-지방 왔다 갔다 하면서 만나긴 했는데,
결국엔 멀어지니까 자연스럽게 연락도 줄고, 끝나버렸음.
나중에 알게 됐는데, 나 말고도 여러 명이랑 연락했었더라고.
그땐 좀 배신감도 들었지만, 지금은 그냥 다 추억이라 생각함.
진짜 황홀했던 순간, 그리고 남친 있는 여자랑 얽힌 그 짜릿했던 감정선,
아직도 가끔 문득 떠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