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 전역하고 복학했을 때, 과 선배 중 한 명이 유독 친하게 대해줬다.
다른 선배들이 “쟤 쿨한 척하면서 은근 남 후배 잘 챙긴다” 이런 말도 했지만, 나한테는 그냥 편한 선배였다.
술 마시면 “야~ 너 진짜 동생 같아서 그래”라며 머리 쓰다듬고, 단톡에선 꼭 나한테만 답장을 따로 주던 선배.
처음엔 몰랐는데, 점점 그 행동들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날, 동아리 뒷풀이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선배가 갑자기 물었다.
“야 너 우리 집 근처라며? 잠깐 올라와서 컵라면이나 먹고 가.”
그 말, 사실 거절할 이유도 없었고 그냥 자연스럽게 따라갔다.
자취방은 생각보다 깔끔했고, 향기도 괜히 기분 좋게 은은했다.
선배는 후드티 걸치고 머리 질끈 묶은 상태였는데… 이상하게 그 모습이 더 예뻐 보였던 거 같다.
라면 끓는 동안 거실에서 맥주 한 캔 까고 앉아 얘기하다가 갑자기 선배가 내 다리에 머리를 툭 기대더니 말했다.
“너 되게 말 잘 듣는 후배야… 나도 모르게 기대게 되더라.”
그리고 눈이 마주쳤고, 어색한 침묵.
나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기울였고, 입술이 닿았다.
그 순간, 시간 멈춘 것 같았다.
서로 잠깐 멈칫했지만, 이번엔 선배가 먼저 다가왔다.
그리 오래 가지도 않았는데, 분위기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이 기울어 있었고, 결국 선배가 먼저 말하더라.
“우리… 하지 말아야 할 짓 하고 있는 거 알지?”
나도 알고 있었지만, 몸은 이미 선배 옆에, 같은 숨을 쉬고 있었다.
옷은 그대로였지만, 피부에 닿는 온도, 숨소리, 그리고 선배의 손끝이 내 뒷목을 쓸어내릴 때…
그 감정은 그냥 ‘섹시했다’는 표현으론 부족했다.
진심으로, 끌렸고, 미칠 것 같았고, 하고 싶었다.
그날, 선배는 끝까지 하자는 말은 안 했지만,
서로를 안고, 만지고, 숨죽이며 침대에 엉켜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부엌에서 라면 끓이던 선배가 말했다.
“너 이거, 나중에 괜히 선배한테 꼬인 거라고 소문내지 마라?”
그러고는 웃더라. 그 웃음이 왜 그렇게 야하게 느껴졌는지 아직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