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부터 설레진 않았다.
소개팅 어플로 이어진 만남이었고, 딱히 기대 없이 나갔다.
사진보다 살짝 달라 보였지만, 첫 인사 나누고 나서부터는 그냥… 괜찮았다.
카페에서 시킨 아메리카노가 식을 때까지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취미, 일, 전 연애까지.
신기하게 대화가 끊기지 않았다.
“그럼 우리 밥도 먹을까요?”
자연스럽게 2차로 이동했다.
분위기 좋은 고깃집. 고기 굽는 손길에서 성격이 보였다.
왠지 모르게 안정감이 있었다.
그리고 맥주 한 잔 하러 가자는 제안.
그건 내가 먼저 했다.
이미 시간을 세 시간 넘게 같이 보낸 후였다.
맥주 두 병쯤 마셨을까.
그녀가 내 눈을 가만히 보더니, 갑자기 말했다.
“근데… 오빠 진짜 마음에 든다.”
나도 이상하게 거짓말은 하기 싫어서
“나도. 진심.”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살짝 웃었다. 그리고 한참 조용하다가 던진 말.
“근데 오늘은… 그냥 이렇게 헤어지기 싫은데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묘한 공기가 맴돌았다.
그리고, 나는 계산을 마치고
그녀와 함께 조용히 택시를 탔다.
모텔 프런트에서 키를 받을 때도
우린 말이 없었다. 그냥 서로 눈치만.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녀가 내 손을 살짝 잡았다.
그 짧은 순간이
이 날의 전부였다.